Page 211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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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211


               생각해 보건대 부처님과 노자의 가르침은 세상을 구제하는 방
            법이기 때문에 유교와 함께 세상에 존재합니다.인간의 참된 본성

            을 깨닫게 하고 사견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니 그 공은 쉽사리 헤
            아릴 수 없습니다.그러므로 태종황제도 ‘석가모니의 도는 교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 적이 있고 효종황제도 ‘불교로 마음을 닦고 도

            교로 몸을 다스리고 유교로 나라를 다스림이 옳다’고 하였으며,
            장문정공(張文定公)도 ‘유도는 얕으므로 당대의 성현이 모두 불교
            에 귀의하였으며 관락(關洛:程朱)의 여러 학자 또한 반드시 불교

            의 서적을 음미한 뒤에야 전할 수 없었던 공․맹의 비전을 계승
            할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르침에는 반드시 주인이 있어야 하고 스승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국가에서 도첩의 매매를 허락함으로써 모든 승려가
            각기 스승을 찾아가 귀의하게 되었습니다.스승된 자에게 조금이

            라도 도행이 있다면야 미혹한 자를 깨닫게 하고 막힌 사람을 통
            하게 할 것이니 세상을 교화하는 데 결코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
            지만,요즘에 들어 공공연하게 뇌물 거래가 자행되어 금전으로 주

            지가 되기를 바라는 자가 있으니 그런 이는 우리 불교의 죄인입
            니다.

               만일 이러한 관례가 성행한다면 천하의 어진 이는 반드시 몸을
            숨기고 멀리 은둔할 것이니 그들이 세상에 나와 스승이 되려 하
            겠습니까?스승의 도가 없어지면 바른 법이 약해지고 바른 법이

            약해지면 사악한 법이 성해져서 청정한 불문이 잇끝과 욕심의 아
            수라장이 될 것이니,이는 국가의 복이랄 수 없습니다.비유하자
            면 집안의 글방이나 고을의 학교엔 반드시 스승이 있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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