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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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217


               “(인과에)떨어지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을 때는 어떤가?”
               “ 떨어지지도 어둡지도 않을 때는 원앙새 한 쌍이 물위에 떴다

            잠겼다 하면서 자유롭게 놉니다.”
               이에 치둔스님이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그를 인가하였다.남옹
            스님은 천주 황씨(泉州黃氏)자손이며 융 남산(隆南山)스님과 함께

            영남으로 나왔다.고향으로 돌아가 계상(溪上)교충사(敎忠寺)의
            주지로 있다가 포주(莆州)낭산사(囊山寺)의 주지가 되어 그곳에서
            입적하였다.





               38.서산 양(西山亮)선사의 종이이불


               서산 양(西山亮)선사는 복주 사람으로 천성이 고고하고 검소하

            였다.종이이불 한 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없이 꿰매어 성한 곳
            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나 추우나 더우나 다른 이불로 바

            꾼 적이 없었다.고산사 수좌실에서 운문사 주지로 갔다가 다시
            황벽사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다른 이불로 바꾼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밤 시자가 몰래 명주이불로 바꾸어 놓자 서산스님은 깜

            짝 놀라 그를 꾸짖었다.
               “나는 복이 없는 사람이라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비단 옷을 입

            어 본 적이 없다.더구나 나와 30년을 함께 지내 온 이 이불을 버
            릴 수 있겠는가.”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주지로 있으면서도 옛사람의 기

            풍이 있다’고 말하였다.그 후 주지에서 물러나 영양(永陽)안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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