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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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219
40.별봉 진(別峰珍)화상의 사람됨과 수행/
개석 붕(介石朋)선사
개석 붕(介石朋)선사가 말하였다.
“별봉 진(別峰珍)화상이 고산사를 떠나 육왕사에 이르러 대혜
(大慧)스님을 뵙겠노라고 불전 뒤편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79일
동안 좌선하였다.마침 진국부인(秦國夫人)의 청으로 대혜스님께서
법좌에 오르자 기뻐하며 ‘오늘에야 스님을 뵈올 수 있으리라’하
였는데 과연 그의 뜻대로 스님을 뵙고 주고받은 말들이 서로 일
치되었으며 다시 세 마디 전어(轉語)를 던지고 떠나가니 대혜스님
은 그를 매우 기특하게 여겼다.마침내 굉지(宏智)스님과 함께 그
를 악림사(岳林寺)의 주지로 추천하였는데 지금도 그 절에는 그의
부도탑이 남아 있다.별봉화상은 온몸에 긴 털이 덮여 있었기 때
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를 진사자(珍獅子)라 불렀다.”
개석스님이 그의 필적에 글을 썼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별봉스님은 불심 재(佛心才)스님의 법을 전수받은 후 높은
자리에 앉아 그의 도가 유명해졌는데도 다시 묘희스님을 찾아뵈
려는 용기를 지녔으니 그의 뜻을 무어라 해야겠는가?도행이 지
지부진했던 도박(道璞)담의(曇懿)스님 등과 함께 논할 수 없는
자이니 이것이 그가 한시대 종사의 표준이 되는 까닭이다.아!
이제는 큰스님을 뵈려고 79일을 기다리는 후학을 하나라도 보려
하나 역시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