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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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불법을 묻든 세상사를 묻든/수징암주(守懲庵主)
수징(守懲)암주는 포주(莆州)사람이다.성년이 되어 구족계를
받고 낭산(囊山)아래 바윗골에 살면서 바위 위에 토굴을 마련했
으나 겨우 비바람을 가릴 정도였다.그의 부친은 그 고을 관리였
는데 해마다 양식을 공급하여 그의 뒤를 보살펴 주었다.스님은
찾아오는 손님이 불법을 묻든 세상사를 묻든 언제나 눈을 휘둥그
레 뜰 뿐이었다.한 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암주의 가풍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문득 대답했다.
“바위 위에 움막을 치고 미움을 끓여먹지.”
“ 누군가 갑자기 달마스님의 서래의(西來意)를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수징암주는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괴롭도다”하며
통곡하였다.
그의 고상한 자취를 살펴보고 그의 깊은 뜻을 탐구하여 보니
그는 계여(契如)스님에 버금가는 인물이라 하겠다.
42.불해 심월(佛海心月)선사의 법문과 자취
석계(石溪)불해 월(佛海心月)선사가 말하였다.
“내 나이 30에 바야흐로 두 번째 남쪽 행각길에 올랐는데 그
당시 공수(空叟)스님이 20세의 행각으로 이 일을 쉬었다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