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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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리는 함께 울리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하는 법이니,
세 분 노스님이 없다 할 수는 없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구렁이
가 그들의 발목을 모두 칭칭 감고 있다.자,이해득실이 어디에
있을까?”
흰구름에 싸여 있는 일천 봉 저 정상에
노송에 차가운 빗방울이 따로 있음을 누가 알랴.
誰知雲外千峯頂 別有靈松帶雨寒
상당하여 법문을 하였다.
“이 법은 보여줄 수도 없고 말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떨기
떨기 피어난 봄 꽃송이에 만학천봉 겹겹이 깊기만 하다.바야흐로
이와 같을 때 석가모니는 콧구멍[鼻孔]을 잃었는데 이 이치를 그
대들은 아는가?”
할을 한 번 하고서는 법상에서 내려왔다.
상당하여 설법하였다.
“대용(大用)이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모든 생각[見]을 잊어야 한
다.모든 생각이 다 사라지면 어두운 안개는 피어나지 않고 큰 지
혜가 찬란할 것이다.그렇다 해서 그것이 딴 물건이 아니다.”
그리고는 불자(拂子)를 들어 보이며 말하였다.
“보아라.만일 보인다 한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얹는 셈이고,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면 머리를 잘리고서 살길을 찾는 일이니 도
대체 어찌하겠는가?”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