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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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上 49
였다.
“싹둑 잘라 버릴 것입니다.”
“ 낭야(琅邪)스님은 이에 대해 ‘한 무더기 좋은 땔감이로다’라고
하였다.”
“ 화살 위에 화살을 얹는 격입니다.”
“ 그대의 말을 내 따를 수야 없지만 그렇게 공부가 안 되어 가
지고는 뒷날 손에 불자를 잡고 설법한다 해도 사람을 가르칠 수
없고 사람을 간파할 수도 없을 것이다.”
“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온갖 번뇌에 매인 범부를 단숨에 성인
의 경지로 뛰어들어가게 하는 것이니 진실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사람을 간파한다는 것은 얼굴만 스치면 말 한마디 안 해도 그의
골수까지 알 수 있으니,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이에 목암스님은 손을 들어 저지하며 말하였다.
“그만!그만!그대에게 명백히 말해 주리라.입을 벌려 말한다
는 것은 혓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니,그대 스스로 알게 될 것이
다.”
그 이듬해 송원스님은 구주(衢州)서산사(西山寺)에서 밀암스님
을 찾아뵙고 묻는 족족 대답하였는데,밀암스님이 웃으면서 “황양
선(黃楊禪)*이로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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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스님은 뒷날 경산에서 밀암스님이 곁에 있는 스님에게 “마
음도 아니요,부처도 아니요,물건도 아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는 문득 크게 깨치고서 말하였다.
*황양(黃楊)의 회양목.잘 자라나지 않는 생태를 가졌으므로 융통성 없고 답답한
선수행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