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56
56
명극스님은 조부를 섬기듯 굉지(宏智)스님을 모셨다.그러므로
그가 법을 거론하는 격식도,왕산도(王山濤)의 병법이 자신도 모르
게 손자[孫吳]의 병법과 부합되듯 굉지스님과 일치되었으니,총림
의 표본이 될 만하다 하겠다.
22.사천(四川)중 파암 조선(破庵祖先)선사
안길주(安吉州)봉산(鳳山)자복사(資福寺)의 파암 선(破庵祖先)
선사는 성이 왕(王)씨이며 촉(蜀)광안부(廣安府)신명(新明)사람이
다.오거사(烏巨寺)밀암(密庵)스님을 찾아뵙고 대중 속에 섞여 있
었다.
하루는 방장실에 들어갔다가 밀암스님이 곁에 있는 스님에게
육조(六祖)스님의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라는 화두를 거론하는 것을 듣고서 홀연히 깨치게
되었다.그 후 계속 밀암스님을 시봉하며 장산(蔣山)에서 지내는 5
년 동안,자신의 공부를 자랑하는 일도 없었고 밀암스님의 인가를
받은 일도 없었다.그리고는 드디어 하직인사를 드리고 촉(蜀)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밀암스님이 몰래 조그마한 가마를 타고 5리쯤
앞서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가사 자락 속에서 어록을 꺼내 그에
게 주었다.
만리 길을 찾아온 버릇없는 사천아이
칼을 뽑아 현묘한 관문 두드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