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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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법문을 하였다.


                 “이대로 법회를 해산한다 해도 그것은 평생의 공부를 저버릴

               일인데,거기다 어떻게 감히 앞에 나가 도를 묻겠는가?나 같은
               사람은 빨리 닥쳐오는 죽음,생사대사 문제에 있어 대법의 전승
               자가 될 바탕이 못 된다.서로가 빈(賓)이 되고 주(主)가 되며 법
               (法)이 되고 인(人)이 된다면 그래도 좀 낫겠다만.”


               이는 이미 깨달은 자를 위한 말이다.

               어떤 이는 총림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니나 깨닫지 못하는데,그 허물은 어디에 있는가?이 허물은 신

            심이 두텁지 못한 데에 있다.반신반의하고 할 듯 말 듯 주저하여
            확고부동한 의지가 없는 데다가 나의 전부를 놔버리지 못했기 때
            문이다.설령 모든 것을 놔버리고 이법(理法)이 끊어진 곳,정식(情

            識)이 다한 곳에서 고요한 경계에도 연연하지 않고 시끌대는 경계
            에도 매이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죽은 물[死水]속에 빠진 것이다.

            이는 분명 죽기만 하고 살아나지 못하는 격인데 이런 경우를 흔
            히 볼 수 있다.그러나 여기서 맹렬하게 앞으로 나아가되 한결같
            이 밀어붙인다면 비로소 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는 총림에

            오래 머무르면서도 깨닫지 못한 이를 위한 말이다.
               이와 같이 총림 대중에 들어가 신심이 순수 청정한 이가 이 도
            리를 듣게 되면 마음이 하얀 비단처럼 깨끗하여 남에게 더럽혀지

            지 않을 것이다.여기에 밝은 스승을 만나 한 조각 성심(誠心)을
            내되 남 앞에 나서려 하지 말고 오직 참선과 도학으로 마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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