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67

고애만록 上 67


            하나 생각해 보니,다른 사람이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다.마치
            형산(衡山)을 덮고 있던 구름이 활짝 걷히면 웅장한 산세가 드러

            나듯 스스로 하려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그러나 때로는 남의 눈
            치를 보며 두려워한 나머지 그가 지켜야 할 바를 잃어버리는 자
            가 있으니 원주(院主)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남양(南陽)국사의 시

            자는 그저 지나쳐 가게 놓아두었다가 곧바로 남양국사를 사로잡
            으니 이른바 활을 당기려거든 강궁(强弓)을 당기라는 말이 바로
            이러한 방법이다.그러나 병들어 신음하는 말세중생을 가엾게 여

            겨 옛사람의 특효 처방에 덜고 보태서 훌륭한 법약(法藥)을 조제
            하려는 자는 마땅히 먼저 원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진액을 써야
            몸이 거뜬해지는 복을 찾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불지(佛智)노스님이 우연히 이 책갈피를 펼쳐 보다가 ‘요
            즘 학인들이야말로 원기를 되찾을 수 있는 이 진액을 복용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귤주스님은 스스로 묘지문을 지었는데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


              풀 깎는 운력을 하는데,다른 사미들이 풀을 깎는 동안 단하스님은 대야에다 물
              을 가득 떠다가 머리를 씻고 석두스님 앞에 길게 꿇어앉으니 석두스님은 웃으면
              서 비로소 삭발해 주었다.그리고는 계법을 설하려 하는데 단하스님은 귀를 막고
              나가 버렸다.
                단하스님이 석두스님에게 있다가 마조스님을 찾아뵈러 갔다.법당에 들어가자
              마자 성승(불상,보살상)의 목에 타고 앉으니 대중들이 마조스님에게 일렀다.마
              조스님이 가서 보고는 “내 아들,천연!”하고 부르니 단하스님은 절을 올리며 “이
              름을 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였다.
                단하스님이 한번은 혜림사(慧林寺)에 갔는데 날씨가 추워졌다.스님은 법당에서
              목불상을 갖다 불을 땠다.원주가 나와서,어떻게 우리 부처님을 불 땔 수가 있느
              냐고 하자 단하스님은 주장자로 재를 들춰보면서 사리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목
              불에 무슨 사리가 있느냐고 하자 사리가 없다면 무슨 부처냐고 했다.나중에 그
              원주는 눈썹이 다 빠졌다.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