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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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上 63


            를 밝혀야 한다.이에 힘입어 용맹스럽고 확실한 일념으로 생사대
            사(生死大事)만을 생각하되 24시간 수시로 이와 같이 일로매진하

            여 망상과 알음알이[知解]를 끊으면 마치 구만리 장천에 구름 한
            점 없듯 할 것이니,어찌 태양이 솟아오르지 않을까 근심하겠는
            가.태양이 떠오르기만 하면 밝은 햇살이 어느 곳이나 비춰 줄 것

            이다.태양이 떠오르는 그 세상이 어떠할까?이 촌중은 노파심이
            간절하여 벽 모퉁이에서 진귤(陳橘)껍질을 집어내어 여러분에게
            그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노라.듣지도 못했는가.수(壽)선사가 운

            력[普請]을 하던 차에 장작개비 내던지는 것을 보고서 갑자기 도
            를 깨치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부딪쳐 떨어진 그것은 다른 것 아니라,가로 보나 세로 보나

            장작개비가 아니다.산하대지가 온통 그대로 법왕의 몸을 드러내
            니 이러한 경계를 헤아릴 수 있겠는가?이는 물을 마셔 보면 뜨겁

            고 차가움을 스스로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지난날 법안(法眼)화상도 이와 같이 한 차례 틔워 주므로 곧장
            도를 알게 되었다.



                 삼라만상이 마음에 와도
                 내 마음 온전하여 만물이 한가롭다
                 고금의 저 성곽 안에

                 도를 얻은 자 산처럼 머무르는구나.
                 物物到心上 全心物自閑
                 古今城郭裏 得者住如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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