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73
고애만록 上 73
33.일심발원,용맹정진/몽암 총(蒙庵聰)선사
몽암 총(蒙庵聰)선사는 복주(福州)의 장락 주씨(長樂朱氏)집안
에서 태어났는데,조금 자라서는 남에게 대들어 모욕을 주거나 너
무 가깝게 지내거나 하지 않았다.19세에 신주(信州)귀봉사(龜峰
寺)의 광 회암(光晦庵)스님에게 귀의하였고,27세에 도첩을 얻자
회암스님에게 대중에 섞여 오로지 자신의 생사대사를 깨닫는 데
전념하고 여러 가지 소임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바라니,회암스
님이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는 참선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불법이란 일상생활 모든
작용 가운데 있는 것인데 어찌하여 일 때문에 빼앗길까 두려워하
는가?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한 달 안에 깨닫지 못한다면 그 죄
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이에 물러 나와 “불법이란 평상시 모든 작용 가운데 있다”는
구절을 창문 위에 써 붙여 놓고 옆구리를 자리에 붙이지 않은 채
보름을 지냈다.회암스님이 수시로 그의 행동을 엿보니,그의 결
심은 매우 맹렬하였다.이에 회암스님은 그가 만일 깨치지 못하면
미쳐 버릴까봐 속으로 걱정을 하였다.그러던 어느 날,콧물을 훌
쩍거리며 우는 소리가 나기에 그는 마음속으로 “아!이 아이를 버
렸구나!”하고 그 연유를 물어보니 속가의 부친이 별세했다는 소
식을 듣고 그랬다는 것이다.회암스님은 마음속으로 “이때가 일추
(一槌)를 가하기에 좋은 기회다”하고 몽암스님을 불러 물었다.
“무슨 일이 생겼느냐?말해 보아라.”
“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