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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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옹스님이 방석을 들어 그에게 던지니 무용스님이 말하였다.
“이 놈의 중이 감히 호랑이 수염을 뽑을 놈이구나.법당에 가
서 참구하여라.”
하루는 선실에서 ‘개에겐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는 화두를
거론하는데,무어라 입을 떼려는 찰나에 무용스님이 죽비를 드니,
소옹스님이 응대했다.
크나큰 도독고(塗毒鼓)를 울리니
하늘과 땅이 진동하도다
머리를 들어 돌아보니
시체가 가득히 널려 있도다.
大塗毒鼓 轟天震地
轉腦回頭 橫屍萬里
무용스님은 그를 인정하였다.소옹스님은 평소 한번도 상대에
게 아첨하는 말이나 남 앞에서 꾸미는 안색을 보이지 않았다.
35.사람마다 분수가 있는 법/자목 겸(自牧謙)선사
자목 겸(自牧謙)선사는 서촉(西蜀)사람으로 성품이 온화하고
박식하였다.그는 쌍경사(雙徑寺)몽암(蒙庵)스님의 법제자로 민주
(閩州)봉산사(鳳山寺)에 갔다가 고산사(鼓山寺)로 옮겨갔다.그 당
시 고주(高州)의 문학(文學)유진숙(劉鎭叔)이 귀양살이를 하면서
오랫동안 간간이 자목스님을 찾아와 불법을 물었는데,어느 날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