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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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멱살을 움켜쥐고 세차게 뺨을 때리면
서 말하였다.
“수많은 무명번뇌가 어느 곳에서 오느냐?”
그리고 또 한 차례 따귀를 후려치니 그 자리에서 의심이 얼음
녹듯 풀리게 되었다.이에 몽암스님은 예의를 갖추어 사례하고 소
리 높여 게송을 읊어 바쳤다.
알았다.알았다.철저히 알았다
괜스레 맨발 벗고 동분서주했었구나
창공의 둥근 달을 밟으니
팔만 사천 문이 밝기도 하다.
了了了徹底了 無端赤脚東西走
踏破晴空月一輪 八萬四千門洞曉
그러나 회암스님은 또다시 소리쳤다.
“이 둔한 놈아,몽둥이 30대를 맞아야겠다.”
“ 저도 스님에게 30대를 치겠습니다.”
“ 보자 하니 애꾸눈이 감히 법통을 어지럽히는구나.”
이 뒤로 그의 기봉(機鋒)이 준엄하고 민첩하여 감히 당할 사람
이 없었다.
회암스님이 입적하면서 몽암스님에게 법의와 게송을 전하였다.
다시 찾아온 독종은 원래 총시자로다
우리 종법이 너에게서 망하는 것을 어찌하기 어렵구나.
再來毒種元聰侍者 尀耐吾宗滅汝邊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