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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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게도 승상서신 산사에 이르렀네
                 바윗가 고목은 꺾어진 가지만 남았는데
                 부질없이 봄볕이 한 차례 스쳐가네.
                 剝  敲門定眼開 驚傳釣翰入山來

                 倚岩枯木摧殘甚 空費陽和到一回


                 고삐를 끊은 지도 어느덧 여러 해
                 소나무 숲 시냇가에 늙은 몸 쉬자는데
                 승상의 깊은 은혜 바다처럼 드넓으나

                 바라거니 해가 높이 솟도록 나의 잠을 깨지 마오.
                 鼻繩掣斷已多年 老倒松楸澗草邊
                 相國恩波如海濶 何妨乞與日高眠



               한번은 노조(魯祖)스님이 벽을 향해 참선하는 스님을 보고서,
            “괜스레 적잖이 헛수고만 하는구나”하였는데,이에 대해 서암 옹
            (瑞岩翁)스님은 “지금도 적잖이 헛수고하고 있소”라고 하였던 화
            두를 들어 법문을 하였다.

               묘봉스님은 만년에 문 밖을 나가지 않고 밤낮으로 오직 종이
            이불만을 안고 꼿꼿이 앉아 있었으며,내려주신 법어는 모두 사람

            의 병을 치유하는 약이었다.재상 정공이 스님의 어록에 대하여,
            “스님은 불법 속에서 횡으로 종으로 활보하여 아무 걸림이나 어
            려움이 없으니 마치 원형이나 사각의 그릇에 담긴 허공처럼 잡을

            수가 없다.또한 칠보산 속에 지혜의 샘이 솟구치듯 말씀마다에
            불법이 담겨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니 가히 지언(知言)이라 하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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