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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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上 79
37.천동사 여정(如淨)선사의 게송과 법문
경원부(慶元府)천동사(天童寺)의 여정(如淨:曹洞宗)선사는 훤
출한 용모와 호방한 성품을 지녀 총림에서 그를 ‘정장(淨長:長은
형님,우두머리)’이라 일컬었다.진헐(眞歇淸了)스님의 부도에 참례
하고 게송을 지었다.
진공(眞空)을 쉬어[歇]활기(活機)를 꿰뚫으니
자손의 운명은 실낱같이 이어지네
이제사 손꼽아 헤어 보니 속절없는 단장의 슬픔이라
두견새도 목이 메여 꽃가지에 멍울 지는 피방울이여.
歇盡眞空透活機 兒孫相繼命如絲
而今倒指空腸斷 杜宇血啼花上枝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마음이 어지럽게 흩날릴 때는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가?조주
(趙州)스님께서 ‘개에겐 불성이 없다’하셨으니,이제 그 없을 무
(無)자는 빗자루와 같은 것이다.쓸어버린 그 자리에 또다시 어지
럽게 흩날리고,어지럽게 흩날리는 곳은 쓸면 쓸수록 더하다.도
저히 쓸 수 없는 데까지 가서 목숨을 내던지고 밤낮으로 허리뼈
를 세우고 용맹스럽게 쓸되 결코 중도에서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
느 날 갑자기 저 허공을 깡그리 쓸어버리고 천차만별한 것을 확
틔워 종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스님이 여정스님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