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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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이 난 채 전생 빚을 갚는 축생 중에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옛
            부처님이 분명하게 말씀하셨으니 두렵지 않습니까?바라건대 그대

            는 나를 이러한 무리 속으로 몰아넣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그
            대가 도읍으로 들어가 벼슬을 구하니,찬란한 앞길을 쉽사리 헤아
            릴 수 없을 것입니다.귀에 거슬리는 말을 어찌 여기실지 모르겠

            습니다.”
               불심스님은 언제나 이 서신을 예로 들어 사람들에게 설법하였
            다.또한 찬 은산(了璨隱山)스님도 이와 같이 말하였다.

               “상주물인 금전과 곡물을 대중공양 이외에 다른 데로 도용하는
            일은 짐독(鴆毒)과 같은 일이다.주지나 재무를 관장하는 자가 그
            런 버릇에 한 번 적셔지게 되면 온몸이 썩어 문드러진다는 말이

            율장(律藏)에 자세히 실려 있다.옛사람들은 창고에서 금전을 가지
            고 돌아온 뒤에는 생강탕을 달여 약으로 마셨으니 그 조심성을

            엿볼 수 있다.지금 방장스님의 자리에 앉아 있는 자들은 대중의
            발우에 담길 물건까지 줄여서 자신의 배를 채울 뿐만 아니라,자
            신의 비리를 추종하기를 강요하고 인정에 호소한다.이보다 더욱

            심한 사람은 사찰의 재산을 훔쳐내어 귀중한 보물을 사들여 널리
            인심을 베풀고 큰 사찰로 옮겨가기를 바라는 사람까지 있으니 훗

            날 철면피 염라대왕이 그 빚을 계산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이를 함께 기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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