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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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심장 지닌 이도 따라서 애끓는다.
大事未明喪考妣 旣明雪上又加霜
曾聞三峽猿啼苦 鐵作心肝也斷腸
만년에는 절강에서 민 땅으로 돌아와 누택원(漏澤園)의 일을
맡아보았는데 여기서도 게송을 읊었다.
삼엄한 칼날을 피할 자 그 몇이런가
평지에서 까닭 없이 죽는 이도 많은데
처음부터 깨우쳐서 거듭 익혀 나간 데도
변함없이 묻혀 가는 처량한 그 신세를.
劍刃翻身能有幾 無端平地死人多
從頭喚起重烹過 未免依前埋沒他
이를 보면 그의 인품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은 세상에 나가는 것을 마다하고 마침내 백운산 옛 사찰의
한가로운 방에서 여생을 마쳤다.
재상 정성지(鄭性之)와 상서 진화(陳韡)는 고향에 머무르면서
몸소 스님을 찾아와 도를 물었다.운와 영(雲臥曉瑩)스님이 “임공
(臨邛)의 복(復)수좌가 백운스님을 만나고 오자 오조 법연(法演)스
님은 아버지를 섬기는 예의로 시종 한결같이 존경하였으니 불교
계에 아름다운 전통을 더해 준 일이다.어찌 지금의 법석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서 그치겠는가.뒤에까지도 영예로운 일이다”하였
는데,나는 적조스님에게도 이 말을 붙여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