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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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上 87
43.쌍경사(雙徑寺)불심(佛心)선사의 법석
절옹 불심(浙翁佛心)선사가 계시는 쌍경사 법석에는 많은 사람
들이 모여들었는데,한번은 일찍이 무릎을 매만지면서 말하였다.
“너희가 여기에서 한마디 이를 수 있다면 여름 한철을 허송하
지 않은 것이다.”
한 스님이 말하였다.
“얼굴 마주하여 서로 드러내니 다시 회호(回互)함이 없습니다.”
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천하 사람들이 의심스럽다.”
그러나 모두가 말재주만을 쫓아서는 안 된다고 꾸지람을 받았
다.그 당시 불지(佛智)노스님은 그의 곁에서 아무 말 않고 있다
가 향을 잡고 말하였다.
“삼 만 근 짜리 거문고에 최고의 가격을 불렀으나 한마디에 맞
는 값을 흥정해 오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 생각지도 않게 만났
으니,숨길 수도 피할 수도 없구나.절하고 향 사르는 일은 잘못
에 잘못을 더하는 것이니 어째서인가?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이어서 말하였다.
“대해탈 공(空)을 설하고 무전지(無轉智)를 쓰는데 그때 눈앞에
서 별안간 한 차례 얻어맞았다.30년을 후회해도 소용없고 한이
씻겨지지 않으며,굽은 것은 바로 펼 수 없었는데,이제 다만 밀
려드는 저 흰 물결을 나의 한 삽으로 막으려 한다.”
향을 꽂으면서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