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100
100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문도를 재촉하여 부도가 완성되었
는지를 묻고 사람을 보내 그 절에 다니던 사람들을 두루 초빙하
여,약정한 날에 모두 산사에 와서 결별을 나누자고 하였다.약속
한 날이 되어 승속이 모두 모여들자,스님은 법륜사 주지 신도원
(信道原)등에게 음식을 마련하여 살아 있는 사람의 제사를 지내
도록 하니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노인이 노망한 것으로 생
각하였으나 스님은 더욱 재촉하였다.하는 수 없이 조촐한 제물을
차려 놓고 제사를 올리니 스님은 당상에 앉아 음식을 받고 나머
지 음식은 신도와 대중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었다.신도원 스님
등이 제문을 읽으면서 통곡을 하자 스님도 눈물을 흘리면서 일어
나 관 속으로 들어가 편안히 좌정하였다.이때 시주 주형지(周衡
之)가 관음상을 들고 와 찬(讚)을 써 달라 청하고 대중들이 열반게
를 청하니,스님은 거침없는 필치로 써 준 후 조금 있다가 입적하
였다.이 날은 4월 23일이었다.스님은 육신이 차갑게 식기 전에
흙을 얹으라고 유언하였지만 대중은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 이튿
날에야 관을 덮고 그 위에 부도를 세웠다.스님의 속성과 사법관
계 주지살이 등은 모두 용장준(用章俊)스님이 쓴 그의 전기에 나
온다고 한다.
60.무고를 당한 독실한 수행자/급암 종신(及菴宗信)선사
도량사(道場寺)급암 신(及菴宗信)선사는 무주(婺州)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