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98
98
이렇게 반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스님이 걸식차 그의 집에 왔다
가 연못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20년 동안 참선한 공부가
어디에 있느냐?”고 호통을 치니 이때부터 연못이 고요해졌다고 한
다.
사씨가 노년에 부지런히 참선과 염불을 한 것은,이 두 가지
일로 해서 신심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58.남편과 맞지 않아 발심수행을 하다/유안인(兪安仁)
홍무(洪武)5년(1372)내가 상우(上虞)지방을 돌아다니다가 개
호(蓋湖)적경정사(積慶精舍)에서 여름 안거를 하였는데 어느 날
아침 백관시(百官市)에서 유안인(兪安仁)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서 하소연하였다.
“저는 남편과 맞지 않아 발심하여 정토 수행을 닦아 온 지 7,
8 년이 되었습니다.근래 1,2년 사이에 마음을 맑게 하고서 고요
히 앉아 있노라면 공중에서 가냘픈 음악소리와 황새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기에 내 스스로는 훌륭한 경지가 나타났다고 생
각했었는데,어떤 사람은 이것이 마의 경계[魔境]라 하니 스님께
서 결정지어 주십시오.”
내가 말하였다.
“이는 그대가 경에서 ‘백 가지 보배의 가로수에 바람이 부니
그 소리는 마치 백천 가지 음악과 같고 많은 새소리가 일시에 일
어나는 것 같다는 문장을 보고 그 말을 독실히 믿어 그 생각이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