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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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97
불 공덕이 매우 크다고 극찬하였고 이어서 자기가 두 번이나 직
접 본 일이며 거짓이 아니라고 하였다.
연경(燕京)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그는 지천주(胝天呪)를 외웠
다.어느 날 저녁 눈썹이 긴 노인이 문을 두드리며 말하기를,“나
는 사람이 아니고 용인데 비를 잘못 내린 죄로 상제께서 꾸지람
을 받았으니 한 번만 비호하여 주십시오”하였다.
“내가 무슨 성인이라고 당신을 비호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
니 “그대는 항상 지천주를 간직하므로 공덕을 헤아릴 수 없습니
다”하고는 말을 마치자 노인은 없어졌다.며칠 후 우연히 왼쪽
엄지손가락 손톱 밑이 따끔따끔 아프기에 살펴보았더니 가느다란
선이 있었는데 그 길이는 3․4푼(分)정도였으며 색깔은 붉고 모
양은 용과 같았다.그 선비는 예전과 같이 주문을 외웠는데 그날
밤 노인이 또다시 나타나 감사를 표하고,“비호해 주신 덕에 상제
의 꾸지람을 피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지금 창 밖으로 손을 뻗어
보라고 하였다.그의 말대로 창 밖으로 손을 뻗자 순식간에 우레
와 비가 쏟아지면서 용 한 마리가 하늘에 솟구쳐 날아가는 모습
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제령(濟寧)땅에 신도 한 사람이 있었는데 좌선을 좋아하여 20
여 년을 하였다.하루는 집사람들에게 “나는 간다”하고서 앉은
채 죽었다.가족들이 그의 몸을 밀쳐 베개 위에 누이자 “이러지
말라,이러지 말라”하고서 벌떡 일어나 연못으로 뛰어들어가 죽
었다.그 후 친구가 연못에 찾아오면 그의 이름을 부르고 생시처
럼 함께 이야기했으며 어떤 때는 술을 달라고 하기도 하였다.연
못에 술을 부어 주면 곧 사례를 표하면서 되었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