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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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99


            식(八識)에 뿌리 깊이 내려 제거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고요한 선
            정 가운데에서 이처럼 나타나는 것이다.만일 뒤에 이러한 경지를

            보게 되면 그것이 훌륭한 경지라거나 마의 경계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당장 그 자리에서 끊어 버리면 비로소 마음이 정토이며 본
            성이 미타로서 온통 그대로를 다 볼 수 있을 것이니 어찌 십만억

            리 머나먼 국토 바깥에 있겠는가.”
               이에 유안인은 자기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젠 의심덩이가 풀렸습니다.”





               59.추강 담(秋江湛)선사의 산 제사


               태주(台州)광효사(廣孝寺)의 추강 담(秋江湛)선사는 황암 단강

            (黃岩 斷江)사람이다.어려서 고향 화성사(化城寺)에서 잡역을 하
            다가 삭발하였다.절의 오른쪽에 송암(松岩)이라는 높은 암벽이 있

            는데 그 꼭대기에 법륜사(法輪寺)터가 있었다.이는 오대(五代)시
            대에 근(勤)스님이 창건한 절인데 오랫동안 황폐하여 유적이 잡초
            속에 파묻혀 있었다.어느 날 스님은 그곳에 이르러 구경을 하다

            가 자기도 모르게 처량한 감회에 젖어 마치 오랫동안 객지생활에
            서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마음에 차마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에 그 곁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서 선정(禪定)을 하였는데 고을
            사람들이 소식을 전해 듣고 서로 음식을 보내 오고 재물을 내서
            공사를 시작하여 사원을 일으키니 몇 해가 되지 않아 총림을 이

            루게 되었고,또한 사원의 뒤 언덕에 부도를 세워 사후 일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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