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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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염라대왕 앞에 무릎을 꿇고 자안의 죄를 참소하였다.
“자안(子安)은 전생의 성이 조(趙)씨며 이름은 사굉(仕宏)인데
지난날 관리로 있으면서 사사로운 감정으로 누명을 씌워 우리를
먼 곳으로 유배 보냈습니다.그 당시 함께 굴욕을 당한 사람이 네
명이었으나 이미 사면을 받았습니다.그 중 한 사람은 생전에 불
법을 닦은 인연으로 죽자마자 제도되었으나 우리 세 사람은 죽은
후 모두 이곳에 안장되었는데 이제 와서 또다시 우리들의 무덤까
지 파헤치니 원통하기 그지없습니다.원래 우리는 힘을 합해 그를
죽이려고도 하였지만 그가 관리로 있을 때 80명의 승려에게 공양
을 올렸기에 이생에 그는 승려가 되었습니다.그 때문에 감히 그
를 죽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염라대왕이 자안을 불러 앞으로 오도록 한 후 그들의 땅
을 되돌려 주라는 꾸지람을 듣다가 꿈속에서 깨어 나니 어디선지
“진실한 말을 어기지 말라!”하는 소리가 세 차례나 들려왔다.이
튿날 깨끗한 자리를 마련하고 영고목(榮枯木)스님을 명하여 계법
(戒法)을 설하였는데 그 뒤로 자안은 쾌유되었다.자안은 마침내
암자를 헐고 다시 옛 무덤을 만들어 준 후 그곳을 떠났다.
57.염불공덕을 체험하고 신심을 내다/사첨사(史僉事)
사첨사(史僉事)는 단성(鄲城)사람이며,이름은 전(銓),자는 형
보(衡甫),아버지 헌부(憲夫)는 남대장부(南臺丈夫)이다.나는 지정
(至正)신축(1361)년 은성(鄞城)에서 그를 만났는데 그는 불가의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