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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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다고 한 것은 잘못이다”고 하였으며,다시 말씀하셨다.
               “대체로 입원불사(入院佛事:주지에 임명되어 하는 첫 법문)에서

            정밀하고 오묘하게 법문하기 어려운 것은 송을 지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동서(東嶼)스님이 정자사(淨慈寺)주지가 되어 산문(山
            門)에서 한 법문은 다음과 같다.



                 청정한 자비의 문
                 호수의 가을 물이
                 들어오든 말든
                 범은 대충(大虫:범)을 물고

                 구렁이는 별비사(鱉鼻蛇)를 삼키도다
                 이 문을 딴 곳으로 옮겨 놓아도 쓸모가 없다.
                 淸淨慈門 一湖秋水
                 入得入不得 虎咬大蟲
                 蛇呑鱉鼻 且移他處用不得



               죽천(竹泉)스님이 중축사(中竺寺)불전(佛殿)불사를 할 때 지은
            송은 다음과 같다.



                 먼지를 털어 내고 부처님을 보지만
                 부처 또한 먼지임을 그 누가 알랴
                 귀 뚫린 선객 만나기 힘들고
                 흔히 만나는 건 각주구검하는 어리석은 자.

                 撥塵見佛 誰知佛亦是塵
                 罕逢穿耳客 多遇刻舟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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