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131
산암잡록 下 131
이는 체제가 잘된 송으로서 학인들이 본받을 만하다.”
12.원암 회(元菴會)장주의 게송
원암 회(元菴會)장주(藏主)는 임안(臨安)사람으로 오랫동안 정
자사의 몽당(蒙堂)에 살았으며 조문민공(趙文敏公)과는 각별한 사
이였다.문민공은 일찍이 원암스님의 시를 옮겨 써서 커다란 시집
[詩軸]을 만들고 그 끝에 제(題)를 썼는데,사람들이 모두 이를 자
랑으로 여겼으나 원암스님만은 담담하였다.
그 절의 택장산(澤藏山)이라는 스님이 낸 돈으로 열반당의 침
선판(針線板),세면실,화장실 등을 수리하자 선승들은 게를 지어
두루말이를 만들어 감사의 뜻을 표했는데 원암스님은 그것을 보
고서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이에 대중들이 게를 지어 달라 부
탁하자 마침내 게를 지었다.
한 가닥 열반길 전부 뒤집혀
부딪히는 곳마다 공부하기 어렵지 않네
얼굴을 씻다가 문득 코가 만져지니
바늘 귀 속에 잘도 산을 감추겠네.
涅槃一路盡掀翻 觸處工夫見不難
洗面驀然摸着鼻 繡針眼裡好藏山
당시 회기(晦機)스님이 주지로 있었는데 법상에 올라 설법할
때 특별히 이 게송을 칭찬하였다.이 게송으로 나머지 그의 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