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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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뤄보면 그의 시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만하다.




               13.일계 자여(一溪自如)스님의 행장



               중천축사 일계(一溪)스님의 법명은 자여(自如)이며 복건 사람이
            다.원나라 병사가 강남을 침략했을 때 스님은 어린 나이로 사로

            잡혔으나 임안(臨安)에 이르러 병사들이 스님을 내버리고 떠나가
            니,임안의 부호 호씨(胡氏)가 스님을 거두어 길렀다.그의 자제들
            과 함께 서당에서 독서하도록 하였는데,스님은 서당의 모퉁이에

            서서 정신을 집중하고 조용히 귀기울여 말없이 이해하고 하나도
            잊지 않으니 호씨가 매우 좋아하였다.자제가 장성하자 호씨는 그
            를 마을 무상사(無相寺)에 보내 승려가 되도록 주선하였다.

               그 후 경산사의 설봉(雪峰)스님을 찾아뵙고 종지를 깨쳤으며
            계행이 엄정하였고 법복과 발우가 몸에서 떠나지 않았으며,능엄

            경,법화경,유마경,원각경 등을 암송하였다.
               맨 처음 절강(浙江)만수사(萬壽寺)의 주지가 되었을 때 절 뒤
            편에 대부호 황씨(黃氏)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스님의 계행을 존

            경하여 항상 나물밥을 공양하였다.그러던 어느 날,그의 집으로
            스님을 초청하여 정성껏 공양을 올리고는 그의 금고를 열어 소장

            하고 있는 금옥 보화를 내보이며 스님의 마음을 동요시키려 하였
            다.스님은 절로 돌아와 좌우의 스님들에게 말하였다.
               “저 황씨가 금고 속의 보물을 내보인 것은 나의 마음을 현혹하

            여 죽은 후 그의 아들이 되도록 하려는 마음에서이다.그러나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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