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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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35
은 시와 문장을 가져오라 하여 모두 불태워 버린 후 열반하였다.
스님은 황암(黃岩)사람인데 속성은 채씨(蔡氏)이며 괴석스님의
법을 이었다고 한다.
15.강심사(江心寺)동당(東堂)의 고승들
무언(無言)스님이 강심사(江心寺)동당(東堂)요사에 머무를 때
문에다가 방(榜)을 써 붙였다.
“재를 하기 전까지는 경을 읽고 좌선을 하며 재를 마친 뒤에는
손님을 접대하고 일을 한다.”
그러나 절의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어쩌다가 스님과 마주하여 당대의 주지를 칭찬하거나 훼담하는
자가 있으면 그저 웃을 뿐이었다.그러나 총림의 전고(典故)와 선
문의 강요(綱要)에 대해서는 하루종일 이야기하여도 피곤해할 줄
을 몰랐다.그는 근대에 동당(東堂)으로서의 체모를 갖춘 분이었
다.
어느 날 목욕을 마치고 대나무 평상에 누워 웃으시면서 혼잣말
로 ‘늙는다는 건 좋은 게 아니로군’하였는데 흔들어 보니 이미
입적한 뒤였다.
그 당시 무제(無際)스님도 동당(東堂)에 있었으며 석실 암(石室
岩)스님이 주지를 맡아보고 있었다.암스님은 학문이야 부족하였
지만 매우 진솔한 인물이었다.절의 노승들은 모두가 스님(무제)의
제자였기에 스님은 주지에게 경솔히 대할까 염려하였다.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