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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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37
無風荷葉動 必定有魚行
무제스님은 손바닥을 탁 치며,“돌아가거든 너의 스승에게 이
말을 분명하게 전하라”고 하였다.
학인을 가르치는 스님의 방편은 과연 이와 같았다.기상좌는
바로 대매사(大梅寺)의 중빈(仲邠)스님이다.
16.허곡(虛谷)스님의 인연과 수행
허곡(虛谷)스님은 무주(婺州)사람이다.정자사 석림(石林)스님
회하에 있으면서 내기(內記)소임을 맡아보다가 기실(記室)로 승진
되었는데 가난한 가운데서도 어렵게 공부하며 춥거나 덥거나 한
결같았다.지난날 태백사(太白寺)에서 여름 안거를 하면서 동정료
(東淨寮)의 수건을 훔쳐 속옷을 만들어 입은 적이 있었는데,후일
세상에 나와 앙산사에 30년,경산사에 6년 동안 주지를 지내면서
도 동정료의 수건에 관하여 일체 시제(詩題)로 쓰지 않았으니 뜻
은 그때의 가난한 생활을 되새기기 위함이었다.
젊은 시절 꿈을 꾸었는데 정자사 나한당(羅漢堂)에 들어가 동
남쪽 모퉁이에 이르니 갑자기 존자 한 분이 나타나 대들보 사이
의 시를 가리키면서 스님에게 보여주었다.
한 방은 고요한데 절정이 열리어
여러 봉우리는 그려 놓은 듯 이끼보다도 푸르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