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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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적조(寂照)스님의 문장



               스승 적조(寂照)스님은 젊었을 때 허곡(虛谷)스님과 함께 소주
            (蘇州)승천사(承天寺)의 각암 진(覺菴眞)스님에게서 공부하였다.
            그런데 그곳을 떠나 온 후에야 깨침을 얻게 되어 동정호(洞庭湖)

            를 생각하면서 부(賦)한 수를 지어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었다.그
            시는 실제로는 향상사(向上事)를 드러낸 것으로서 특별히 남다른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


                 맑은 연기 푸르고
                 파도는 망망한데
                 동정호는 아득하여 하늘과 하나 되었네

                 위로는 일흔두 송이 푸른 연꽃 피어 있고
                 아래엔 삼만 육천 이랑 은빛 물결
                 그 가운데에 한 사람
                 원앙새 수놓인 황금옷 입고

                 천리마 수레에다 명월주 귀걸이라
                 그대로 우주 조화와 함께 날으노라
                 옛일을 생각하니,하늘바람 나를 실어 그 집 위에 올려놓고
                 황금줄기에 내린 8월의 맑은 이슬 나에게 마시게 하고
                 곤륜산의 영롱한 오색 구슬 나에게 요기하라네
                 내 골수 바뀌고

                 내 간장도 말끔히 씻기어
                 깨끗한 마음자리 항시 청량쿠나
                 사방 팔방 이 우주가 적기도 하려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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