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172

172


                 모두가 열매만을 말하였을 뿐
                 꽃은 말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양나라 하손에서
                 당송의 십군자까지는

                 소남을 읽고 열명편을 외우고
                 공자의 학문을 익혔는데도
                 그들의 시가며 문장에 표현된 바는
                 모두가 꽃만 이야기하였을 뿐
                 열매는 말하지 않았다

                 아!
                 세상의 도가 옛날 같지 않고
                 인심이 더욱 야박하고 거짓된 것은
                 근본을 두텁게 하지 않는 까닭으로

                 모든 게 으레 이와 같으니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감회에 젖어든다.
                 詩之召南 書之說命
                 孔子昔所刪定也
                 皆言其實 而不及其花

                 由梁何遜 至唐宋十君子者
                 讀召南 誦說命 習孔子之業者也
                 形之詠歌述諸章句
                 皆言其花 而不及其實

                 噫 世道不古 人心益薄且僞
                 其不敦本也 例皆如是
                 余觀是圖 竊有感焉
   167   168   169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