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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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73


               조송설(趙松雪),우소암(虞邵菴)등도 이 글을 보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원수(元叟:적조스님)스님은 식견과 경지가 매우 높아서 붓 가
            는 대로 말을 내뱉어도 자연히 고금에 뛰어난 문장이 되니,우리
            가 애를 써 말해 보아도 스님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적조스님은 임제의 정통 종지를 전해 받은 분이다.그가 장난
            삼아 문장을 가지고 놀며 선문의 뜻을 엮어내는 일은 그저 심심
            풀이일 뿐이었는데도 큰 선비들이 그를 이처럼 존경하였다.무문

            찬(無文粲)스님은 “요즘 총림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자들이
            궁할 때는 선승의 면모를 잃지 않다가 사정이 피고 나면 ‘진짜 선
            지식’이 돼 버린다”고 하였는데 참으로 통절한 이야기다.





               45.희 태고(熙太古)스님의 학인지도



               천태산 명암사(明岩寺)의 희 태고(熙太古)스님은 정자사의 동서
            (東嶼)스님에게 오랫동안 귀의하여 그의 법을 이었다.지정(至正)
            병술(1346)년 정월 13일 나는 자택사(紫籜寺)에서 명 성원(明性元)

            ․서 영중(瑞瑩中)두 스님과 함께 한암사(寒岩寺)의 향축담(香竺
            曇)스님을 방문하고 그 이튿날 태고스님을 찾아볼 생각이었다.그

            러나 두 스님이 행각에 지친 나머지 찾아뵙지 못하였는데 때마침
            태고스님이 축담스님을 찾아왔기에 우리 세 사람은 객석에서 향
            을 올리고 예배를 드리자 태고스님은 느닷없이 우리에게 물었다.

               “장주(藏主)는 오랫동안 축원(竺源)스님을 시봉하였으니,세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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