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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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처음 하계에 내려오실 때 수많은 귀신을 만들어 냈다는데 그
말이 어디에 떨어지는지를 아는가?”
나는 이렇게 답하였다.
“맛있는 음식은 배부른 사람이 먹기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태고스님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으로 위아래를 가리키
고 큰 걸음으로 사방을 돌아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로다.”
아!오늘날 큰스님들은 후학을 지도할 때,보기 쉬운 것은 감추
어 두고 어려운 것만을 보여 후인을 농락하는 자가 많다.그러나
태고스님의 그대로 보여주는 법문[直截擧話]은 걸인의 방석 밑에
서 천금 되는 구슬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하겠다.
46.고난을 구해 주시는 아미타부처님
원 지정(至正)15년(1355)겨울,장사성(張士誠)이 호주(湖州)강
절(江浙)지방을 침공하자 승상이 경산사의 말사 화성사(化城寺)
승려 혜공(慧恭)에게 그 고을 백성을 집결시켜 경계의 산마루를
방어하라고 명하였다.어느 날 적병이 경계를 침범하자 혜공스님
은 향병(鄕兵)을 거느리고 격전을 치러 적병은 패해서 도망가고
40여 명의 포로를 잡아 관가로 송치하는 도중 서호(西湖)의 조과
사(鳥窠寺)에서 유숙하게 되었다.동이 텄을 때 마침 조과사의 전
주지였던 요주(饒州)천령사(天寧寺)모대유(謀大猷)스님이 느린 걸
음으로 행랑간을 산책하자 포로들은 스님의 우아한 모습과 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