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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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고 염불하는 소리를 듣고서 마침내 모두가 “노스님!우리를 구
해 주십시오”라고 소리쳤다.스님께서는,“나는 너희들을 구해 줄
수 없지만 너희들이 지극정성으로 ‘나무구고구난 아미타불(南無救
苦救難 阿彌陀佛)’을 하면 아미타불이 너희를 구해 줄 것이다”라
고 하니,포로 가운데 세 사람은 스님의 말을 믿고서 쉬지 않고
큰소리로 염불을 하였다.이윽고 관리가 포로를 데리고 출발하려
고 모두 형틀의 쇠고랑을 바꾸어 묶었는데 우연히 이 세 사람은
형틀이 없어 새끼줄로만 묶어 놓았다.관가에 도착하여 죄수를 심
사할 때도 관리가 유별나게 이 세 사람만을 국문하였다.그 중 한
사람은 보리밭을 다듬다가 적병에게 붙잡혀 왔다고 진술하였고
나머지 두 사람은 원래 명주(明州)봉화현(奉化縣)의 톱[鋸]장이었
는데 이곳에 고용되어 일하다가 사로잡혔다고 하여 이 세 사람은
풀려나게 되었다.그들은 조과사를 찾아 대유스님에게 감사의 절
을 올린 후 떠나갔다.
내 곰곰이 생각해 보니,우리 아미타불은 서원(誓願)이 깊으셔
서 염불하는 자는 임종 때 영험을 얻을 뿐 아니라 현세에서 처형
되려는 죄수까지도 그의 가호로 풀려나게 하신다.그럼에도 불구
하고 믿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47.머리를 깎다가 사리를 얻다/서천축 판적달(板的達)스님
서천축국(西天竺國)의 큰스님 판적달(板的達)은 선정(禪定)을 굳
게 닦으시고 아울러 계율까지 잘 지켰다.세 벌 옷과 바리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