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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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을 몸에 지닐 뿐이었고,시주를 얻으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세상살이에는 그저 담담하였다.홍무(洪武)7년(1374)남경(南

            京)에 도착할 즈음,황제는 관리에게 명하여 천계사(天界寺),장산
            사(蔣山寺)의 주지와 함께 남경 여러 사찰의 승려를 인솔하여 교
            외에 나아가 맞이하고 깃발과 향과 꽃으로 그를 인도하여 대궐로

            모셔 오도록 하였다.황제를 알현하자 황제는 기뻐하시고 깊은 총
            애와 후한 하사품을 전하였으며 장산사에 유숙하게 하고 사신을
            보내 자주 문안을 드렸다.그 해 겨울 황제는 친히 고명(誥命)을

            지어 도장을 새겨 주고 그에게 선세선사(善世禪師)라는 법호를 내
            렸다.
               당시 나는 천계사에 머물렀는데 어느 날 금단(金壇)의 이발사

            장생(蔣生)이 스님의 머리를 깎아 머리털을 쟁반에다 받아 놓았다.
            처음 머리를 깎아 쟁반에 놓자 낭랑한 소리가 울리니 시자승이

            재빠르게 덥쳐 갔다.다음 번에 깎은 머리털은 장생 스스로 가져
            갔는데 그 속에 둥글고 깨끗한,콩알 만한 사리 한 알이 있었다.
            나머지 머리카락은 구경하던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모두 가져갔

            는데 사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였다.당시 모두 세 알의 사리
            가 나왔다고 한다.그러나 나는 장생이 얻은 사리만을 보았으며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선세스님의 시자승이 나에게 말하기를,
            “이런 일은 우리 스승에게 항상 있는 일이지만 세상에 자랑거리
            가 될까 두려워 머리를 잘 깎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홍무(洪武)9년(1376)가을,선세스님은 황제의 명으로 절강좌
            성(浙江左省)으로 내려와 육왕사의 사리탑과 보타관세음(寶陀觀世
            音)의 시현(示現)을 위해 예배하였다.두 곳에서 매우 특이한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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