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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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81
가서 처음이나 다름없이 해주었다.
홍무(洪武)신해(1371)년 5월 가벼운 병을 앓자 더운물을 찾아
목욕한 후 옷을 갈아입고 게를 써 놓고 가부좌한 채 열반하였다.
다비할 때 큰 별이 백호광에 섞이듯 빛이 흩어졌는데 연기와 불
꽃은 전혀 없었으며 단단한 사리가 많이 나왔다.세수 83세였다.
51.말년을 불법 참구로 보내다/송무일(宋無逸)
송무일(宋無逸)은 여요(餘姚)사람이며 별호는 용암(庸菴)이다.
천성이 인자하고 너그러우며 용모가 단정하고 의연하였다.어려서
양렴부(楊廉夫)․진중중(陳衆仲)두 선생에게 배워 경서에 밝고 학
문을 통달하였으며 문장에도 엄격한 법도가 있었다.노년에 이르
러선 선학(禪學)을 몹시 좋아하였는데 명조(明朝)창건 초기에 조
정의 부름을 받고 서울에 이르러 원사(元史)편수에 참여하였으나
이를 사양하고 돌아왔다.
나는 문도 거정(居頂)에게 자계(慈溪)용산사(龍山寺)에 머무르
면서 수시로 무일을 찾아 문장 짓는 법을 배우도록 했다.그 일로
무일이 나의 문도를 통하여 나에게 입도(入道)의 요지를 묻는 서
신을 전해 오면 나는 답서에 무어라 적어 보내기도 하였고,계환
(戒環)스님의 능엄경 주석과 대혜(大慧)스님의 서간집(書間集)을 보
내 주기도 하였다.그 후로 무일은 항상 눈을 감고 꼿꼿이 앉아
반복하여 두 책의 이치를 탐구하여 깨달은 바 있었다.
홍무 9년(1376)6월,병으로 눕자 그의 문인 왕지(王至)등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