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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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85


               “어디서 왔느냐?”
               “ 천태산에서 왔습니다.”

               “ 발우는 가지고 왔느냐?”
               “ 가지고 왔습니다.”
               “ 내게 좀 보여주지 않겠느냐?”

               “ 객사에 있습니다.”
               “ 나는 그 발우를 물은 게 아니다.내가 묻는 것은 밑 없는 발
            우이다.”

               그 스님이 몸둘 바를 모르자 스님은 한탄하였다.
               “통쾌한 납승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가거라!”





               55. 선림보훈(禪林寶訓)에 기재된
                   임시변통의 문제에 대하여




                선림보훈(禪林寶訓)에는 담당 준(湛堂準)스님이 이상로(李商
            老)에게 보낸 서신이 실려 있다.



                 요컨대 법을 잘 전하는 것은 변통에 달려 있습니다.변통을
               모르고서 교학과 문자에 얽매이고 모습과 망정에 집착하는 것은
               모두가 임시변통을 통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그러므로 한
               스님이 조주스님에게,‘만법은 하나로 돌아간다 하는데 그 하나

               는 어디로 돌아가느냐’고 물으니 조주스님께서,‘내가 청주(靑州)
               에 있을 무렵 베 적삼 한 벌을 해 입었는데 무게가 일곱 근이었
               다’고 하였습니다.생각해 보니 옛사람이 임시변통에 통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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