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6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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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하고서야 이처럼 대답할 수 있었겠습니까?


               나의 생각으로는 그 스님이 던진 물음도 대단하긴 대단했는데

            어째서 조주스님이 네가 머무를 곳[湊泊處]은 없다고 하였을까?
            그러나 그에게 답한 한마디를 임시변통에 통달한 것으로 여김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된다.임시변통이라는 것은 상황을 보아 알맞

            게 처신하는 일로서 심의식(心意識)을 쓰는 것이다.게다가 그 스
            님의 그와 같은 물음과 조주스님의 그와 같은 대답은,두 개의 거
            울이 서로 비치는 것이며 빛과 그림자가 둘 다 없는 경지인데 어

            찌 임시변통이 있다 하겠는가?담당스님의 이와 같은 말속에는 다
            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




               56.경전과 어록에 보이는 염화시중의 이야기




               한명선(韓明善)선생이 육방옹(陸放翁)이 지은  보등록(普燈錄)
            서문의 초본 말미에 덧붙여 썼다.


                 “방옹선생이 손수 저술한  보등록   서문의 초본은 보은사 정
               (淨)스님이 소장하고 있다.나도 지난날 선생의 유문(遺文)두 질

               을 갖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잘못된 곳들은 선생이 손수 다 지워
               버렸다. 전등록 에 의하면,세존이 꽃을 들어 보이자 가섭존자
               만이 미소를 지었다고 하는데,이제 경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경전에 없다 하여 거짓말이라고 비난한다.어느 사

               람의 말에 의하면,금릉의 왕승상[王安石]이 비서성에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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