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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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명성에 맞는 실제의 덕이 없다는 말인가?참으로 이는 적음스
            님이 거짓 문장으로 꾸몄다고 몰아붙이는 것이니,이러한 점은 그

            의 논설에 있어서 지나친 부분이다.

               또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대하여는,한담
            (閑談)이 넉넉하고 문장의 격이 높으나 소우(消憂: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시름을 없애리라[樂琴書而消憂])두 자가 좋지 못하다고 하였
            고,한퇴지(韓退之)의  송이원귀반곡서(送李愿歸盤谷序) 에 대하여
            는,‘슬픔과 비난이 많고 그릇된 일을 치장했다’고 하였다.


               왕원지(王元之)의  소죽루기(小竹樓記)에서,‘공청에서 물러나
            한가할 때면 학창의(鶴氅衣)를 입고 화양건(華陽巾)을 쓰고 손에
            주역 한 권을 들고 향을 사르면서 말없이 앉는다’는 구절에 대해

            왕원지가 자신의 가련한 삶을 다행으로 여긴 것이라 하고 이어서
            ‘세속의 생각을 떨쳐 버린다’는 구절이 옥의 티라고 하였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옛 유학자의 문장이 잘되고 못되고야 우
            리 불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임에도 이를  총림공론 에 넣
            은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이것이 내가 말한,논해서는 안 될

            것을 논했다는 부분이다.옛사람의 말에,한 자도 짧을 수 있고
            한 치도 길 때가 있다고 하니 정말 그렇지 않겠는가?





               54.통쾌한 납자가 없는 이 세상/육왕사 설창(雪窓)스님


               육왕사 설창(雪窓)스님에게 한 스님이 찾아와 머무르기를 청하

            자 스님이 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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