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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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41
는 지난날 스님이 처음 이곳에 부임하여 상당법문을 할 때 ‘세존
이 법좌에 오르시자 문수가 백추를 치고……’라는 공안*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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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법한 후 염송하였다.
세존께서는 이것을 잘못 말씀하시고
문수도 이것을 잘못 전했으며
오늘 나도 이것을 잘못 거론했도다
알겠는가
한 글자를 세 차례 베껴 쓰면
오(烏)자와 언(焉)자는 마(馬)가 되느니라.
世尊以是錯說 文殊以是錯傳
新鳳山今日以是錯擧
會麽 字經三寫烏焉成馬
그 당시 은사 축원(竺元)스님은 육화탑(六和塔)에 은거하면서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선정원(宣政院)*에서 수많은 노스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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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거하였으나 봉산(일원)스님이 조금 나은 편’이라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
일원스님은 영해(寧海)사람이며 경산사 운봉(雲峰)스님이 직접
머리 깎아 준 제자인데 주지로 세상에 나와서는 방산스님의 법을
이었다.인품이 자애롭고 참을성이 있어 남을 용납하는 아량이 있
*세존께서 어느 날 자리에 오르시자 대중이 모였다.문수가 백추(白槌)를 치고 말
하되 “법왕의 법을 자세히 살펴보니 법왕의 법이 이러하나이다”하니 세존께서
자리에서 내려오셨다.
*선정원:원(元)나라 때 불교의 승속과 티베트,트루판을 관리하던 관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