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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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으며 제자들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므로 스님께서
입적하자 그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 모두가 애도해 마지않
았다.
10.불경과 장자에 나오는 몸 큰 물고기
불경에 의하면,바다 한가운데 산 만한 물고기 한 마리가 있는
데 그 등 위에는 큰 나무가 솟아 있고 밤낮없이 업장의 바람에 뒤
흔들려 무어라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하였고,장자(莊子)에도
북해에 곤(鯤)이라는 고기가 있는데 몇천 리가 되는지 크기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지정(至正)계묘년(1363)에 노아천(奴兒千)에서
왔다는 아무개의 말에 의하면,얼마 전 그곳에 산 만한 고기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한다.그 고기가 바다를 지날 때 물 위로 기나
긴 지느러미가 보이고 등과 꼬리를 흔들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유유히 헤엄쳐 갔는데 나흘이 지나서야 그 물고기의 몸통이 보이
지 않더라는 것이었다.이른바 ‘몸 큰 중생의 옛날 업장에 의한
감응’이라는 것이 이러하다.그러나 아수라왕(阿修羅王)이 큰 바다
가운데 서 있으면 키가 수미산 만하고 두 손으로 일월을 가지고
논다 하였으니,그가 이 물고기를 보았다면 한낱 작은 물고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세간 사람들이란 자신의 이목으로 보고 듣
는 데에 막히므로 그의 이목이 미치지 못하는 그 밖의 일은 모두
허황된 것이라 생각하니,한심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