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43
산암잡록 上 43
11. 선문종요(禪門宗要)의 저자에 관하여
선문종요(禪門宗要)는 설산 담(雪山曇)스님이 지은 책이다.
설산스님이 송 순우(宋淳祐:1241~1252)연간에 태주(台州)서암
사(瑞岩寺)의 방산(方山)스님에게 귀의하여 완성한 책이니 어찌 구
차스럽게 이루어졌겠는가.
내 젊은 날 봉산사의 일원 영(一源靈)스님에게 공부할 때,스님
은 야참(夜參)법문에서 문득 이 선문종요 에 대해 언급하며,‘그
중에는 옛사람이 이르지 못한 경지를 들어 말한 곳이 있기는 하
나 나머지는 옛사람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그 책을 내려 주면서 읽어보라고 하였다.그 후 40여
년이 지나 천의사(天衣寺)청업해(淸業海)라는 자가 자상하게도 이
책을 중간하면서 자기도 서문을 쓰고 용장준(用章俊)에게도 서문
을 써 달라 하였다.그런데 두 사람 모두가 ‘설산스님이 남의 문
집을 도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행했다’고 하면서 ‘은공단강
(恩公斷江)’한마디를 증거로 제시하였고,게다가 이를 10권으로
분책하고 매 편마다 본문에서 한마디씩을 뽑아 제목을 붙였으니
인용하여 본문의 취지를 잃은 곳이 매우 많다.나는 뒷사람들이
이 책의 유래를 자세히 알지 못하고서 도리어 업해스님의 말을
긍정하여 설산스님에게 누를 끼칠까 근심한 나머지 이를 기록하
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