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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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45


            상대방의 명줄을 끊어 놓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자들이
            있다.독고스님의 너그러운 우정과 동주스님의 반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제자가 스승의 잘못을 덮어 주고 스승의 훌륭함을 드러내며 옳
            은 일을 따르고 잘못을 저버리는 것을 효도라 하고,스승의 선을

            가리고 잘못만을 들춰내며 옳은 일에 등을 돌리고 잘못된 일은
            따르는 것을 불효라 한다.만일 스승에게 드러낼 만한 선이 없다
            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억지로 선이 있는 것처럼 꾸며 다

            른 사람들이 쑥덕거리게 만들어 도리어 스승의 불선을 들춰내게
            한다거나,순종할 수 없을 경우에는 스승에게 간언해야 옳은데도
            어거지로 옳은 일이라 여기고 순종하여 다른 사람들이 쑥덕거리

            게 만들어 도리어 스승의 비리를 들춰내게 하는 일 또한 불효라
            하겠다.

               내가 요사이 여러 곳의 큰스님들이 열반하는 일을 살펴보니 그
            제자들이 행장을 잘 갖추어 유명한 자에게 비명을 부탁하되,거기
            에는 반드시 그가 태어날 때 부모의 남다른 현몽을 기록한다거나

            죽어서 화장하였을 때 치아와 염주 등이 부서지지 않았고,사리가
            수없이 나왔노라 기록하고,이러한 몇 줄의 문장이 없으면 큰스님

            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이러한 일들은 모두 변변
            치 못한 제자들이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하고 부질없이 거짓말을
            꾸며 자기 스승에게 욕을 끼치는 일이니 효도라 할 수 있겠는가?

             전등록(傳燈錄)에 실려 있는 1,700명의 선지식 가운데 사리가
            나왔던 분은 겨우 14명이었으며,적음(寂音)존자가 저술한  승보
            전(僧寶傳) 에 실려 있는 81명의 선사 가운데 사리가 있었던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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