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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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에 천동사 주지가 되자 세상의 뛰어난 선객들이 모두 모여
            들었다.스님은 거만하거나 재물을 탐하거나 혼자 먹지 않았고,

            시주를 받으면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후생들을 만나면 존중하고
            그들이 선문을 짊어질 것을 기대하였으며,하루 두 끼 죽과 밥은
            반드시 손수 발우를 들고 큰방에 가서 하였다.스님께서 입적하신

            후 남아 있는 재산이 없자 선객들이 각출하여 스님을 영결하였다.
            스님의 뒤를 이은 제자로는 빙 대방(聊大方),여 독목(舁獨木),성
            우암(省愚菴),증 무인(證無印)네 사람이다.그들은 종문(宗門)을

            크게 하기에 넉넉한 인물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지위가 덕을 따라
            주지 못하여 그들의 법통을 전수할 자가 없었으며 무인스님 문하
            에만 겨우 한두 사람이 있을 뿐이다.





               15.알 수 없는 인물,지귀자(知歸子)온일 관(溫日觀)



               온일 관(溫日觀)이라는 자는 알 수 없는 인물이다.그의 아호는
            지귀자(知歸子)이며,어려서 서당에서 공부한 후 선림(禪林)에 들
            어왔다.얽매임 없는 천성으로 도를 즐기며 작은 예절에 구애받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정토에 매어 두고 경황중에라도 잠시를 잊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왕희지 서첩의 임서(臨書)와 포도나무 그리기를 좋아하
            여 두 가지 모두 오묘한 경지에 이르렀다.가는 절마다 떠나 올
            때는 반드시 돈을 달라 하여 주는 대로 주막에 들러 혼자서 술을

            마시고,남은 돈은 길거리의 어린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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