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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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49


            들을 앞장세워 ‘재상 오신다!’고 소리치도록 하였다.이 때문에 아
            이들은 그를 보면 모여들어 열을 이루었다.그의 시와 게송은 이

            전의 것을 뛰어넘는 작품들이었으며,후일 서호(西湖)의 교사(敎
            寺:天台寺)에서 입적하였는데 일설에 의하면 백담연(白湛淵)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였다고 한다.그렇지만 세간의 인연을 끝마

            치지 않고서 어떻게 이처럼 큰 일을 마칠 수 있었겠는가?




               16.천자의 생일에 돈에 매수당한 선객을 물리치다/

                                                       죽장 암(竹莊岩)스님


               죽장 암(竹莊岩)스님은 태주(台州)도솔사(兜率寺)의 주지다.태

            어나면서부터 큰 기개와 도량이 있어 선배 스님들을 대수롭지 않
            게 보았으므로 그를 미워하는 자가 많았다.전조(前朝)에서는 천수
            절(天壽節:천자의 생신)에 반드시 각 고을마다 여러 사찰 주지 가

            운데 한 사람을 뽑아 설법을 청하였다.때마침 죽장스님이 그 일
            을 맡게 되자 그를 미워하던 자들이 많은 선객을 돈으로 매수하
            고 화두를 물어 기봉(機鋒)을 꺾어 놓으려고 하였다.이 일을 주관

            하는 자가 그 사실을 알고 모두 전해 주었으나 죽장스님은,집안
            일은 맡은 자가 할 일이고 법좌에 올라 설법하는 일은 주지의 임

            무이니,그대는 허튼 말을 지껄이지 말라고 하였다.
               그 이튿날 천령사(天寧寺)에 이르러 방장실의 객석에 좌정하여
            여러 사찰의 주지들과 태연스럽게 담소하다가 북소리가 울리자

            가마를 타고 법당에 갔다.많은 관리들과 공손히 합장을 하고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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