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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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다비를 하니 찬란한 사리가 나왔다.
19.자상한 나의 스승,축원 묘도(竺元妙道)스님
스승 축원(竺元)스님은 여 일암(如一菴)스님이 절서(浙西)에서
많은 책을 구입하여 태백사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 요당
(惟一了堂)에게 서신을 보냈다.
“듣자 하니 일암스님이 많은 책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다른 일이 아니라 그저 동자승 몇을 가르치려고 하
는 일일 텐데.네가 그에게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해 주는
것이 좋겠다.비유하자면 사냥개가 하루종일을 토끼를 쫓아다니다
보면 토끼 발자국이야 잃지 않겠지만 쫓는 도중에 사슴을 만나
토끼를 버리고 사슴을 쫓아가면 두 마리 모두 잡지 못해 말짱 헛
것이 되고 마는 격이다.”
내 경산사의 몽당(蒙堂)에서 지낼 때 서신을 올려 스승의 안부
를 물었더니 손수 답서를 보내 주셨다.
“그대가 몽당의 화롯불 맡에 앉아 부젓가락을 놀릴 때나 담소
할 때,국물을 먹고 찬물을 마실 때,이 모두가 그대 자신이지 결
코 다른 사람이 아니다.단도직입적인 공부[直截工夫]란 결코 여
기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해 보니,스승께서는 그 당시 아마도 나를 시원찮게 여
겨 매서운 주먹질이나 발길질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에 이처럼 간곡히 가르쳐 주신 성싶다.바로 이것이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