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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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51
고범스님은 방에 돌아와 욕을 지껄였다.
“나를 위해 말해 주지 않으려거든 그만둘 일이지 성깔을 부리
기는…….”
어느 사람이 이 이야기를 전하자 축원스님은,‘언젠가 스스로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고범스님은 이 말을 듣고 곧
바로 크게 깨쳤으며,세간에 나오자 축원스님에게 맨 처음 향불을
올렸다.
18.보운사 문종주(文宗周)의 임종
보운사(寶雲寺)문종주(文宗周)라는 자는 상산(象山)사람이다.
교․관(敎觀)을 널리 통달하고 계율을 엄격히 지켜,평소 사람들과
대화할 때에는 말을 못하는 사람처럼 더듬거렸으나 일단 법좌에
올라 강의를 할 때면 병에 든 물이 거꾸로 쏟아져 나오듯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임종할 때,법좌에 올라 십육관경(十六觀經) 을
강론하고 나서 대중들과 영결을 고하려 하니 좌우의 승려들이 말
씀을 올렸다.
“스님의 뒷일을 부촉하지 않고서 어찌 입적하시려 합니까?”
“ 납승이 떠나려면 속히 떠나야지,무슨 뒷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제자들이 더욱 간청하자 법좌에서 내려와 방장실로 돌
아온 후 낱낱이 조목별로 모두 써 놓으시고 합장을 한 채 서방 사
성존(四聖尊:아미타불,관세음보살,대혜지보살,대혜중보살)의 불호
(佛號)를 외우면서 회향발원(回向發願)을 끝마친 후 드디어 입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