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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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주지가 되어 명리를 쫓는 이들은 그들의 임무가 얼마나 막중
            한지 모르는 자들이다.그런 중에는 간혹 속인들과 사귀며 먹고

            마시는 일에 빠져 지내는 이도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태주(台州)홍복사(洪福寺)의 심석산(琛石山)스님은 절 주변에
            사는 속인 방공권(方公權)과 사귀면서 서로 술자리를 돌려가며 날

            마다 먹고 마시는 것만을 일삼았다.그 절의 감사(監寺)인 방(方)스
            님은 창고 일을 맡아보기로 승낙을 받았었는데,방공권이 사사로
            운 감정으로 그를 모함하여 못 하게 하였다.이에 방감사는 앙심

            을 품고 방공권을 독살하려고 방장스님의 시봉에게 뇌물을 주어
            그의 차 속에 독약을 넣었다.그러나 공권이 석산스님을 존경하여
            자기 찻잔을 돌려 먼저 드리자 석산스님이 그 차를 마시고 독살

            되었다.방감사는 석산스님을 독살시킨 일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
            데,어느 날 콩새 우는 소리를 들어보니 영락없이 ‘방감이 날 죽

            여[方監殺我]’하는 것이었다.이에 근심과 두려움이 더욱 심해져
            마침내 병이 되었고 햇볕 보기를 겁내다가 짚을 씹으면서 죽어
            갔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석산스님은 자기 직분을 지키지 못하고
            속인과 사귀며 그들의 말을 들어준 데서 화근이 되어 마침내는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잃었으니 뒷사람들은 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콩새[桑扈鳥]를 시골 사람들은 단마조(鍛磨鳥)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늦봄이 되어서야 운다.세속에서는 그 울음소리를 ‘장감단
            마(杖監鍛磨:짱 찌안 뚜완 뭐)’라 하는데 이 중은 ‘방감살아(方監殺
            我:팡 찌안 싸 워)’로 착각한 것이었다.티후루[提葫蘆]․쁘어삥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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