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P. 88

88


            를 바랐지만 별원스님은 웃기만 할 뿐,은혜에 보답하는 첫 향불
            을 귀원스님에게 올리니 총림에서는 그의 인품에 감복하였다.스

            님은 주지 자리를 세 차례나 옮겼는데 사찰에 들어가면 먼저 객
            승채를 수선하고 필요한 모든 물건을 갖추어 놓아 그곳을 찾는
            운수납자들은 마치 자기 방에 들어간 듯하였다.67세에 가벼운 병

            환이 있었는데 제자인 선암사(仙岩寺)의 호(皓)장로와 몇 마디 말
            을 나누다가 문득 돌아가셨다.




               50.선종사찰을 교종사찰로 바꾸려는 계획을 막다/

                                                    각암 몽진(覺菴夢眞)스님



               고소산(姑蘇山)승천사(承天寺)의 각암(覺菴夢眞)스님은 종지와
            설법에 모두 통달하여 사람들은 그를 ‘작은 대혜선사’라고 일컬었
            다.

               원 지원(元 至元:1335~1340)연간에 화엄종의 강주(講主)모
            씨가 조정에 아뢰어 강남 지방의 양절(兩浙)에 있는 유명한 사찰
            을 화엄종 사찰로 바꾸고 교종사찰의 서열을 선원보다 높은 위치

            에 올려놓고자 조정의 윤허를 받들고 남방으로 내려오는 길에 승
            천사를 찾았다.그 이튿날 각암(覺菴)스님이 법당에 올라 그를 위

            하여 법문을 하였는데,화엄경의 전체 종지를 광범하게 인용하여
            종횡무진으로 설법하면서 여러 스님들의 논의나 해석의 잘잘못을
            마치 손바닥 보듯 명확하게 분석해 내니 그 당시 화엄종의 강주

            는 여태껏 듣지 못했던 바를 듣고 큰 법익을 얻었다.그리하여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