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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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에 모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크게 울었으며 마을사람들이 모
여 지켜보았다.
열흘쯤 머무른 후 도스님은 어머니를 모시고 남쪽으로 돌아오
려고 하였으나 그 집안의 늙고 어린 가족들이 그의 말을 들어주
지 않았다.그리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몰래 도망하여,양주(楊州)
에 이르러서 작은 가마를 구하여 그 속에 어머니를 앉히고 가마
를 메고 갔는데,열 걸음 걸을 적마다 한 번씩 쉬면서 사방에 큰
절을 올리고 그 다음엔 어머니께 절하였다.곧장 사명(四明)의 보
타산(寶陀山)에 이르러 관음대사현상(觀音大士現相)에 기도 드린
다음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도스님이 출가하려 하자 모친은 그를 허락하였는데 얼
마 후 모친이 죽어 화장하자 재 속에서 작은 옥으로 만든 관음상
일구(一軀)가 나왔으며,지금까지도 이를 의흥(宜興)남문 밖 정사
(精舍)에 봉안하여 공양을 올리고 있다.그 정사는 도스님이 지은
절이다.
52.두 스승에게 천태와 선의 종지를 공부하다/
아암 무(我菴無)법사
상천축사(上天竺寺)의 아암 무(我菴無)법사는 황암(黃岩)사람이
다.방산(方山)스님에게 귀의하여 삭발하고 중축사(中竺寺)적조(寂
照)스님을 찾아뵙고 문서에 관한 일을 보면서 시봉하였다.그의
외숙은 태학(太學)의 원로 선비였는데 그를 잡아당겨 개종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