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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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93
寶閣)을 세우고 구리로 여래불상 천 구와 아울러 공양구를 주조토
록 하라.이 일은 네가 맡아 할 일이다.원아!너는 관리들의 일을
잘 알고 있으니 관청 일을 네가 맡도록 하라.경아!너는 조심스
러워서 위아래로 화목하니 병들고 수척한 이를 살피는 일은 너만
이 할 수 있을 것이다.의각(衣閣:조사의 의발을 보관하는 곳)을
지키도록 하라.”
그 후 5년이 채 안 되어 건물이 준공되고 불상이 조성되었으며
나머지 재산을 가지고 상산(象山)지방의 바닷가에 둑을 막아서
사찰의 식량으로 쓰게 하니,관청도 무사하고 상하간이 화목하고
엄숙하였다.
비록 동․원․경 세 사람의 힘이라 하지만 스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쉽사리 이뤄질 수 있었겠는가?요즈음 스승들
을 살펴보면 그의 무리를 살찌우는 데만 힘쓸 뿐,절이 퇴락해도
마치 길손이 길가의 버려진 헌집을 바라보듯 조금도 개의치 않으
니 괴이한 일이라 하겠다.
54.하안거 결제법문에서 소임 맡은 제자들에게/
단교(斷橋)스님
단교(斷橋)스님은 성격이 꼬장꼬장해서 납자들을 인정하는 일
이 드물었다.그가 국청사(國淸寺)의 주지가 되던 날 영상담(泳象
潭)을 수좌로,구고전(垢古田)을 서기로 삼았다.당시 장주의 성명
은 전해 오지 않는다.여름 결제 때 불자를 들고 법당에 올라 인